정책과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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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발달장애인은 안락사가 답이다?” 댓글 경찰에 고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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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3-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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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06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이웃은 4,908명, 블로그 이웃은 1,872명이다. 그동안 포스팅한 것은 3,714개이고, 올해 39세인 1급 자폐성 장애인인 필자의 아들을 돌본 경험과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30여 년 경험한 내용, 발달장애인들의 교육, 복지, 고용 등을 정부와 지자체에 건의하는 내용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많은 이웃을 차지하고, 궁금한 점을 문의하기도 하고, 특수교육 현장이나 복지 현장의 정보도 필자한테 알려 주며, 자녀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다. 포스팅마다 수백 명이 읽고 최소 50명 이상 공감을 표시하고, 댓글도 많을 때는 100건 이상 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웃도 아니고 한 번도 공감이나 댓글을 단 적도 없는 생면부지의 인간으로부터 정말 쇼킹한 댓글이 달려, 수많은 부모들을 분노하게 했고, 경찰에 고소하라는 열화같은 요청으로 경찰에 고소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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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을 아래에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OOO(댓글 단 사람)

발달장애인은 안락사가 답입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차라리 동물을 하나 키워보세요. 정말로 사랑을 느낄 것입니다. 육신에 대한 집착, 혈육에 대한 집착입니다. 실제로 OO(필자의 아들 이름) 이는 그냥 단백질 덩어리일 뿐 감정이 없습니다.

내가 39년 동안 아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댓글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았고,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 정체를 알고 싶어 점잖게 답글로 응했다.

필자

누구세요?

뭐하는 분인가요?

OO 이를 알아요?

OOO(댓글 단 사람)

OO 이를 모릅니다. 그냥 우연히 OO이 아버지 블로그를 몇 번 검색으로 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너무 고통스럽게 사시는 것 같고, 부부의 낭만도 없으며, 너무나 지옥 속에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냥 요양병원에 맡기시고 그냥 조용히 잠들어서 살다가 가게 해주세요. 정말로 이 세상에는 맑은 영혼을 가지고도 고통받고 죽어가는 돼지, 강아지 등이 있습니다. 강아지라도 유기된 동물을 입양해 주는 것은 한 생명,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주는 일입니다.

OO이는 아빠, 엄마가 누군지 모릅니다. 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모릅니다. 좀비입니다. 추하고 난폭합니다. 그런 존재보다 강아지 하나가 더 소중합니다. 그리고 일반 장애인이랑 발달장애인은 다릅니다. 발달장애인 성욕 문제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존재가 발달장애인지 그 추악함을 압니다. 이게 제 사고방식입니다. 상처받았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고통에서 벗어나시고 평안함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필자

어떤 일을 하기에 발달장애인을 그렇게 정의하시는지 전문가신가요?

OOO(댓글 단 사람)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특히 발달장애인 부모님의 고통은 이야기만 들어도 압니다. 신체적 돌봄+정신적 돌봄 모든 것이... 제가 간병사입니다. 발달장애인 너무 힘듭니다. 제발 자유롭고 즐길 것 즐기는 인생을 살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만약 님의 형제이거나 친척이었다면 OO 이를 보내주라고 할 것 같습니다.

필자

실례지만 결혼은 하셨고 자녀는 있으신지요? 함자를 보니 여성분 같으신데요?

OOO(댓글 단 사람)

결혼하여 자녀 낳는 것을 부자나 재능이 뛰어나거나 외모가 뛰어난 자녀가 아니라면 그 자녀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아기를 안 낳을 것이고 동물을 사랑할 것입니다.

필자

동물을 많이 키우나 보죠?

여기서 응답이 없어 댓글과 답글이 종료됐다. 이 글에 누적 조회 수 3,610, 누적 공감수 133, 누적 댓글 수 145의 숫자가 보여주듯, 전국의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이웃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댓글 작성자를 비난하고 난리가 났다.

발달장애인 부모라면 이 글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내는 이 글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정신마저 이상해질 정도로 쇼크를 받았다.

지난 39년 동안 아들과 함께 다니면서 겪은 수모, 주위의 따가운 시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디며 사랑을 베풀었는데, 안락사라니? 내 아들을 죽이라고 살인을 교사하는 게 아닌가?

인간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지구촌에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네델란드, 스위스 등 몇몇 국가밖에 없고, 대한민국은 안락사는 살인행위인데 장애인이라고 안락사시키라니, 이게 인간이 할 소리이며, 돼지, 강아지 보다, 유기견보다 못한 생명체라니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

필자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게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 국민들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의식 수준이 아닌가 싶다.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이 특수교육과 복지, 고용 현장에서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안다면, 현실에서 겪는 고통을 절대 방치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들이 특수학교와 복지시설 부족으로 겪는 고통을 해소하는데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집행하고, 고령의 부모가 돌보는 장애인과부모 사망 시 입주할 수 있는 주택 마련을 위한 대책에 전력을 기울여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또 정부는 비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정책을 도입하고,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한 가지 서운한 것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도움을 받고자 문의했더니, 그 기관은 장애인 학대 문제만 다루기 때문에 개인이 해결하라는 답변을 듣고 ‘신체적 학대만 학대가 아니고, 이 사건은 그보다 훨씬 더 심한 정신적 학대임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업무를 개정해 신체적 학대만이 아닌 정신적 학대도 함께 다루기를 요청한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애인 학대 유형에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유기, 방임 등으로 기재돼 있는데, 이 사건도 정서적 학대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발표하고,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약이나 민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발달장애인 부모와 형제 자매도 한 표를 행사할 투표권이 있다. 왜 우리들과 자식들을 위한 공약이나 민생토론은 없나?

우리도 정치권이 원하는 그 소중한 표로 정치인들을 심판하겠다. 제발 발달장애인과 부모들 문제에 관심 좀 가져 주고, 비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들을 무시하고 부모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못하게 하라.

발달장애인도 우리들의 귀하고 사랑스러운 자식이다. 정부의 쥐꼬리보다 적은 지원에도 굴하지 않고 고통을 참고 견디며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다. 우리들의 귀한 자식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우리는 분노한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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