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장애계 숙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다양한 의견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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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11-04 13:08본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장애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장애계 주요 단체들은 법안에 포함해야 할 핵심 과제와 그동안 제정 추진을 막아온 쟁점 해결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에서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계 절실한 요구와 정치권 거듭된 약속에도 국회 문턱 넘지 못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은 단순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요구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권리적 모델로 장애를 바라보는 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기존 법체계의 기능적 한계, 국제 인권 규범의 요구, 장애인 당사자 주체성의 성장이라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시대적 요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여 년간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계의 절실한 요구와 정치권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7개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발의됐고 21대 국회는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며 “이러한 반복적인 입법 실패는 단순히 몇몇 조항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라 논의의 반복과 입법 교착, 탈시설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갈등 정부의 소극적 태도,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등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라고 꼬집었다.
22대 국회에서도 장애인 당사자 의원들이 다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발의했다. 서미화 의원 대표발의안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의 시혜적 관점을 비판하며, CRPD 당사국으로서의 책무 이행과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 보장을 제안 이유로 밝히고 있다. 특히 '탈시설 권리'를 명시하고, 대통령 소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장애인권리보장특별기금, 단체소송 제도 등 강력한 이행 및 구제 수단을 도입하여 가장 변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최보윤 의원 대표발의안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본법 제정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포괄적 접근과 장애주류화와 같은 현대적 정책 개념을 법적 의무로 도입하고 장애인 학대를 권리침해 전반으로 확대하는 등 포괄적인 현대화를 추구한다.
김예지 의원 대표발의안은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법률 간 체계성과 연계성을 갖춘 새로운 기본법 제정을 제안한다.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선언하고 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되 벌칙 조항을 두지 않아 다른 법률과의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원칙적·기본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다.
김기룡 교수는 “성공적인 입법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장애계·정부·국회가 모여 범사회적 협의체 만들어서 논의해나갔으면 좋겠다. 또한 실효성 있는 입법 전략을 위해 세 의원의 대표발의안을 통합·조정한 법률안을 만들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외에도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고 장애계가 법이 제정될 때까지 연대를 강화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1대 국회에서 마련한 최종 대안 기초로 논의 추진’ 방법론 제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해묵은 과제다. 20대, 21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고 21대 국회에서는 거의 제정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갔지만, 마지막 탈시설 이슈를 풀지 못해 제정하는 데 실패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저의 기본 입장은 신속한 합의와 추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 제정을 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 이후가 되면 타 법안에 밀리고 다른 이슈가 생겨 22대 국회에서도 임기만료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속한 합의와 추진을 위해서는 효율적 논의와 토의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시간만 낭비하는 토의가 돼서는 안 된다. 21대 국회에서는 탈시설 이슈가 걸림돌이 됐으나 최종 정부 대안을 마련했었다. 그리고 현재 3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면 시간이 다 간다. 그래서 21대 최종 대안을 기초로 보완점이나 추가 방안을 집어넣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부분에서도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쟁점이 됐던 탈시설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다른 부분의 경우 법 제정 이후 개정 방향으로 유보해 놓고 주요쟁점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여성장애인 권리보장 함께 논의돼야”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김혜영 사무총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방향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여성장애인 권리보장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발언하고자 한다. 이 법은 장애인 인간다운 삶과 사회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법으로 대한민국의 장애 정책 패러다임을 복지 중심에서 권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중심에 여성장애인이 빠져있다면 여전히 우리는 절반의 권리만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권리보장법 내 여성장애인 지원조항 반영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법에 ‘장애여성’의 정의를 명시함으로써 장애여성이 단순히 장애인의 하위 범주가 아니라 교차적 차별을 경험하는 독립된 권리주체임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 정책을 수립할 때 ‘성별에 따른 차별요인과 여성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성평등 고려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어울러 “‘장애인의 권리보장’ 이후에 별도의 장(章)으로 ‘여성장애인의 권리’를 신설하해 교육권, 고용 및 경력단절 예방, 모성보호 및 성재생산건강, 폭력·학대 피해 지원, 문화·예술 및 여가활동 참여, 고령장애여성 돌봄 및 자립생활 지원 등의 세부권리를 포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외에도 장애인정책위원회 내에 ‘여성장애인정책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장애실태조사 시 성별, 연령, 장애유형별로 구분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하며 특히 여성장애인의 폭력피해, 고용현황, 건강권, 사회참여율 등의 항목을 필수지표로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주석 정책실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권리보장법에 탈시설 용어 명확히 명시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주석 정책실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탈시설을 향한 첫걸음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2019년 됐지만, 단계적 폐지일 뿐 아니라 가짜 폐지이다. 그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맞춤형 복지 서비스 구축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적 서비스 부족과 서비스급여량 제한으로 인해 기존 공적 서비스 급여량 범위 내에서 제한되게 제공하기 있기에 우리는 가짜 폐지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확보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또한 서비스 간 칸막이 폐지, 개인 서비스를 조정, 지원할 수 있는 전담인력 배치, 복지 서비스 예산을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권한 부여, 단일한 공적 전달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시설은 양보할 수 없는 권리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탈시설 가이드라인은 ‘시설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이며 협약 제5조 위반이다. 당사국은 시설수용을 장애인 폭력의 한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을 폐지하고 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해야 하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2·3차 국가보고서에 관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에서는 장애등급제가 여전히 장애인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으며 탈시설 에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장애인권리보장법에 탈시설 용어를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장애계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성재경 과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복지부, “탈시설 가장 큰 쟁점, 조속히 매듭짓기 위해 노력하겠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성재경 과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지난 국회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뻔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아쉽게 됐다. 이번 정부에서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정과제로 돼 있어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상당히 높다고 생각된다. 큰 지향점을 나타내는 기본법을 빨리 제정하고 세부적인 내용과 법 제정 뒤 다음부터 개정안을 내서 법을 발전시켜야 하는 면이 있는데 아직 첫 발자국도 못 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이 쟁점 사항이다. 첫 발자국을 떼기 위해 쟁점 사항을 해소해야 한다. 탈시설에 대한 것이 가장 어려운 논점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회 장애인 당사자 의원 3분을 통해서 어떻게든 조정한 입법 지원할 생각이다. 문제는 탈시설 용어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가장 핵심이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법 제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기에 문제를 조속하게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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