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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 우영우 변호사가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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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9-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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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변호사가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질문

자폐인 대학진학, 발달장애 문제 해결 열쇠될 것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02 09:09:34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엔딩 장면. ⓒENA 실제 방송화면 갈무리에이블포토로 보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엔딩 장면. ⓒENA 실제 방송화면 갈무리
그렇게 우영우 변호사는 정규직 변호사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기 말로는 ‘뿌듯함’이라고 표현했더군요. 극 중의 이야기였지만 실제로도 그러하다면 비장애인 노동자라고 해도 축하해 줄 만한 일입니다. 네, 이렇게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자폐인이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그 옆에도 우영우는 있을 것이라고 세상에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 시작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한국사회에 이제 자폐인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야 사회적으로 공인되었습니다. 그것도 성인 자폐인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공인되었습니다. 이런 매체에서 조망했다는 것 자체가 이제 사회적 존재로 인정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인정’을 넘어서, 새로운 이야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자폐인이 공인된 것을 축하했으니 이제 자폐인들이 기 펴고 세상으로 뛰어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한 대안을 향한 출발 방안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에서 우리는 드라마가 막을 내릴 시점에 안 좋은 성적표 한 장도 받았습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한국사회에서 성인이 되어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인 대학에 자폐인이 진학할 확률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영우는 로스쿨까지 졸업했으니 그렇게 보면 대한민국 자폐인 중 10% 안에서도 더 극소수였던 것입니다. 사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졸업까지 이뤄내는 것은 그보다 더 적어서 10% 이하라고 합니다. 즉, 자폐인 대학생 일부가 중도탈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은 입학부터 전쟁이니 자폐인을 위한 대학입시 지원도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쉽게 내는 것은 공정성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해도, 문제지 지문을 어렵게 쓰는 것 정도는 고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지 지문이란 예를 들어 “밑줄 친 ‘우리나라’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과목 14번 문제 지문 발췌) 같은 문장을 “밑줄 친 ‘우리나라’에 대한 설명 중 맞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식으로 고쳐 쓰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맥락까지 언급하기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자체가 이러한 맥락 이해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라서 조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입학 후에도 자립생활 역량 강화와 직장생활 역량 강화에 집중한 비교과 교육을 통하여 대학 입학이 방치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삶의 출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우영우 변호사처럼 로스쿨에 갈지 못할지언정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교육적 지원이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거기에 자폐성장애 학생 상당수가 과도한 재활교육비 등으로 재정적 소모가 많이 이뤄진 상태일 것을 고려하여 장학금 등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자폐인 대학생이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여 중도탈락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학력 보장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선배 학생들이나 동료 학생들의 멘토 방식의 수업도 좋고, 필요하면 보충 강의 등 교육적 지원도 필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의 발달장애인 학생 지원 정책 중에 수업 멘토를 붙여주고 평가 방식을 재검토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도 있는 만큼, 대학에서 지금이라도 도입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졸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폐인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여 고립되지 않고 대학 졸업에 걸맞은 직장 및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독립생활이 가능한 주택 마련, 적절한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 업무 후나 주말 등에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공간 확보. 이러한 것들이 자폐인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우영우 변호사에게는 그나마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동그라미가 있었기 때문에 ‘친구가 없다’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친구가 적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 2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어떻게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확장해나갈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저도 다행히 교회, 클럽하우스(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대화방) 친구 등 다양한 곳에 친구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자폐인에게 필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긍정적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회적 프로그램 등에 자폐인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자폐인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자폐인의 대학진학은 ‘돌봄 부담의 끝’이 아니라, 자폐인 미래 경력의 출발 선상에 놓이기 시작한 첫 관문을 돌파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폐인의 대학진학과 그게 걸맞은 사회진출 보장은 역설적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부담’ 등 다양한 발달장애인 관련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폐인이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부모는 결과적으로 자립생활을 하는 자녀에게 그렇게 크게 간섭할 명분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자폐인의 자립으로 이어지니 당연히 돌봄 부담 등 각종 이슈를 해결할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자폐인의 대학진학이 보호작업장이나 전공과보다도 더 사회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사회생활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고등교육경험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박정훈, 2020년 논문 참조)

우영우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한국 대중매체 역사상 최초로 발달장애 사실을 공개하고 대학을 졸업한 최초의 캐릭터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현실에는 저 자신으로도 충분히 증명되는 이야기이니, 이제 발달장애인이 대학 가는 것에 대한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대중매체에서 반영할 정도로 인정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폐인의 대학 진학률을 올려서 대학 진입을 더 활발히 하는 것과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자폐인이 안전하게 사회로 진입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뿌리내리고 고립 없이 사회생활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우영우 변호사 성공신화를 이제 평범한 일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와야 합니다. 그것이 우영우 변호사가 아마도 시즌 2에서 공개될 다음 변론하러 가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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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