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인권적 관점과 거리 먼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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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12-14 13:17본문
우리나라는 OECD 42개국들 가운데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6, 2017년도에만 1위 자리를 내주었을 뿐이고, 자살률이 OECD 평균 2배에 가까울 정도이다. 더군다나 저출산 현상과 무한경쟁, 능력주의가 상당히 팽배한 현실 속에 자살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자살률을 낮추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로 가는 건 우리 사회의 지상과제다.
마침 지난 12월 5일 보건복지부에서 주기적으로 국민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고 하길래, 필자는 이 방안을 읽어보고 궁금한 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보면서, 우려만 자꾸 들었다. 왜 그런지 설명해 보겠다.
자살예방교육 의무화 방안을 보면, 1600만 명을 대상으로 마음 이해 및 도움 요청·제공방법 등 자살예방교육을 내년 7월부터 실시한다. 학생, 직장인 등 대중에겐 생명의 가치, 자기 이해와 돌봄 등의 자살예방 인식 개선교육을 시행하고, 사회복지종사자 등 서비스 제공자들에겐 자살위험요인·경고신호, 자살위기 대응 기술 등의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한단다.
우선 심리적 어려움이나 삶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힘이 내면에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려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삶에서 어려운 난제들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노하우를 놀이식이든, 토론식이든 교육을 통해 개인 나름대로 축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정부의 행동계획이 사실상 부재하다.
또한, 소중한 생명의 가치와 자신을 이해하는 실질적인 교육도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놀이식이든, 토론식이든 실전으로 체계적으로 실시해 개인 나름대로 배운 것을 가지고 실천하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마저도 사실상 부재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 자살예벙 인식 개선교육을 한다 한들 자신의 내면 속에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풍성해지거나, 심리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학창시절 입시 위주의 경쟁 사회 분위기에 매몰되면서 인간적인 소양을 함양하기는커녕 인간성이 말살되고 학교 속의 반인권적 문화를 은연 중에 배우기 쉬운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다양성과 생명의 가치를 제대로 함양하고 삶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나름대로 배워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건 애당초 어려운 사회 구조인 거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12월 5일 전 주기적으로 국민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보건복지부
직장인과 관련해선 직장 내 정신건강지원과 고위험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데, 근로자 건강센터 통한 전문 상담지원을 확대하고, 기업 전반의 근로자 지원프로그램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수기업 포상 및 우수사례 확산을 통해 인식개선을 추진한단다. 그런데 2017~2019년까지 장애인 일자리 민원의 39.8%가 임금차별, 업무차별, 왕따 등이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처럼 직장 내 장애인 차별은 상당히 심한 게 현실이다. 여성,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도 만연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권리협약에 맞는 교육내용으로 바꾸고 그 내용에선 장애, 능력, 성적 지향 등의 다양성 존중 내용을 포함시켜 고용주, 직장인들에게 훈련 수준으로 실전처럼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인식교육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괴롭힘 방지 및 차별금지 교육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차별이 뿌리박지 못하도록 엄중하고 적절한 처벌 등의 대책도 있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에 대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 내에서 장애 특성을 가리는 마스킹으로 정신건강이 악화될 장애인들이 적지 않을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와 직장 등지에서 이런 식이면 결국 장애,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 일상화는 여전하며, 이런 상황이면 자살을 생각할 사람들이 많아질 게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은 사실상 임시방편에 불과한 거다. 물론 그 대책을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조금은 낫겠지만, 근본적으로 상당한 한계가 있는 방안이란 말이다.
여기에다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도 인권적 관점으로 설계된 게 아니다. 정신질환자의 경제적 독립 관련 고용지원과 사회적 자립 위한 주거 지원을 실시하고 정신장애인에 특화된 장애인 일자리를 개발한단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행해진 장애인 일자리를 보면,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를 반영하기보다는 장애인의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예산에 따른 지원이며, 임금도 기껏해야 최저임금이 최대일 정도이며, 일반고용시장(Open Labor Market)으로 전이될 만한 성격의 일자리는 아니다. 실제 그 시장으로의 전이계획도 나와 있지 않으며, 일자리와 관련해 직무와 관련된 합리적 변경(Reasonable Accommodation)이 없다. 실제 이 일자리와 관련해 기업 등지에서 퇴직금을 주지 않을 목적으로 11개월 일하게 하고서, 퇴직시키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결국 이런 일자리는 괜찮고 질 좋은 일자리가 전혀 아니다.
더군다나 장애인연금도 기껏해야 최저임금의 약 20%일 정도로 낮고,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이 일해서 자립을 도모하고자 해도, 소득을 내는 순간,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하게 되면 의료비는 자부담으로 해야 하며, 부담이 어마어마하기에, 자립하기보단 의료급여를 받기 위해 기초수급이나 차상위 계층에 머물러 있으려는 동기만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빈곤경감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번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 빈곤경감정책 등의 언급이 없었다.
2012년 7월 당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등 총 9개단체와 함께 장애인 보험차별을 알리고자 인권위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던 모습 ⓒ에이블뉴스 DB
보험가입 차별 점검 및 정신질환자 보험상품 개발연구와 자격취득 제한 및 규제 완화를 추진한단다. 그런데 보험가입 차별을 철폐하고 그러려면 상법 제732조를 폐지해야 한다. 설령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엔 보험가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의사능력이란 말이 추상적이고 이걸 판단하는 게 보험업자라 구체적인 관련 판단기준이 없는 한 보험업자에 의한 차별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더군다나 상법 732조의 대전제는 심신상실자 등의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것이기에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에겐 근본적으로 차별적인 조항이며, 법적인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건 법적 평등을 추구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도 상치되는 방향이다.
자격취득 제한 및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건 여러 결격조항들을 일괄적으로 폐지해야 특히 심리사회적 장애인에게 차별 여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의료법만 보더라도 정신질환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고 다만 전문의가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그렇지 않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상법 제732조와 비슷한 구조로 근본적으로 차별 소지가 상당히 많은 거다. 이런 식으로 자격취득 제한을 완화한다고 한다면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결격조항의 일괄적 폐지가 필요한 사안이란 말이다.
한편, 올해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에서 자폐성 장애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에게 학교폭력의 경험에 대해 포커스 인터뷰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중·고등학교 등 중등교육 전반에서 신체적·언어적·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인터뷰 참가자들은 보고했고, 이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해 왕따 경험이 많았고, 이런 경험은 한국의 엘리트주의, 능력주의 등과 맞물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왕따의 원인을 돌리게 만들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결론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 이러면 트라우마가 상당해질 것이며 이를 견디지 못하면 자살하려는 자폐성 장애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 수는 증가하게 되겠지.
이렇게 자폐성 장애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등에게 학교폭력이란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비장애인도 겪는 것 중 하나이다. 또한, 질 낮은 일자리와 보험차별, 실효적이지 못한 빈곤경감계획 등으로 인해 적절한 생활수준과 사회적 보호란 것을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등이 누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이들의 자살을 부추기는 학교폭력, 질 낮은 일자리 등의 사회적 요인들에 대해 자살과 관련지어 국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양적·질적 연구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시민단체의 참여 보장 속에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 ‘질 낮은 일자리와 자살과의 관계’ 등에 대해 인권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양적·질적 연구들이 국가·지자체 등에서 많아져야 한다, 그러면 이를 통해 학교폭력 근절은 물론 괜찮은 일자리 구축 등을 위한 실마리를 얻게 되고,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이와 관련한 비장애인 등에게 연구 관련된 피드백을 받아 이후 보완과정들을 거쳐 자살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 정책 시행하는 우리나라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을 자살과 연관 짓는 국가, 지자체 차원의 연구가 별로 많지 않다. 사실상 임시방편에 불과한 직장 내 정신건강대책 등을 포함한 자살 예방정책, 빈곤경감조치와 괜찮은 일자리 등 적절한 생활 수준과 사회적 보호에 관련된 지역사회 기반한 인권적 관점의 서비스 언급이 없는 건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여전할 게 우려되며, 이런 오명에서 벗어나는 게 차라리 기적에 가까울 정도겠지.
이외에도 이번 혁신방안엔 사실상 강제입원이 우려되는 방안들이 들어 있다. 정신응급 현장대응 체계 및 의료 인프라를 구축·확대하며, 구체적으로는 24시간 응급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 전문요원을 배치하고 경찰관 합동대응센터를 설치하겠단다. 또한 위기개입팀 확충하고, 외상·질환이 있는 정신응급 환자를 위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한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예를 들어 심리사회적 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의 당사자가 정신적으로 응급상황에 있을 때, 이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가족 등의 사람들을 붙여놓고 전문가 1~2명 정도를 붙이고선 당사자에게서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얘기가 나오도록 해 이들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는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의 시스템이 시행되고 있다. 이 방법이 국내에서도 3년 전 시도된 적이 있는데, 단기 입원 시 지역사회 연계율이 개선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또한, 당사자가 응급상황일 때 당사자 자신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도록 위기쉼터 등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이나 위기쉼터 등의 비강압적 방식을 마련해 이를 심리사회적 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의 정신적 장애인에게 실시해, 최대한 당사자의 강제입원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비강압적 방안이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엔 부재하다.
그리고, 위기개입팀을 204명에서 306명으로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며, 여기에 심리사회적 장애인 등이 응급입원 시 경찰관의 말에 불복종이라도 하면, 장애 등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경찰관들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강제입원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강제입원을 통해 심리사회적 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의 당사자들은 트라우마를 상당히 입게 되며, 결국 나중에 퇴원하더라도, 지역사회 지원 부재로 인해 자살 위험성에 더욱 노출되게 된다.
자·타해 위험 있는 환자에 대한 ‘외래치료 지원제’ 활성화와 정보연계 내실화를 추진하고, 특히 이 퇴원환자들에겐 필요할 때 환자 자신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정보가 연계돼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그런데 자·타해 위험에 대해 신체적 제한을 가하는 보호사에겐 자격과 소양이 필요해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보증할 수 있는 공식적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차선책은 아직까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차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남녀 구분 없이 보호사가 당사자 신체를 함부로 강박하고 제압해 성추행 여지에 휘말리는 등 인권유린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제 정신병동 현장의 현실은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될 게 우려된다. 아울러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가 없기에 당연 인권침해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역시 심리사회적 장애인 등이 상당한 트라우마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퇴원해도 인권적 기반 지원이 부재한 지역사회이니 이들은 역시 자살 위험성에 쉽게 노출되는 거다.
이밖에도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의 인상과 치료환경을 개선한다는 대책은 제약회사의 배는 불려주지만, 당사자에겐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는 강제 약물투여를 부추겨 당사자 인권침해는 물론 탈원화 방향에 역행돼,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정신요양시설을 재활시설로 개편해, 입소자 평가로 각각 노인/장애인/정신재활시설로 재배치한다고도 했는데 재활시설이란 이름으로 바꾼다고 해서 탈시설이 진정 이뤄질 것 같은가? 장애 인식이 천박한 지금의 성향으로 봤을 땐 정신요양시설로 재배치하는 거나 다름없어질 게 우려되며 역시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UN 탈시설 가이드라인 정면 위반하는 두 가지에 대해선 이미 장애계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다.
심리사회적 장애계에선 심리사회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사회복귀시설이란 대안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 시설이 시설의 특성이 나타나는지, 나타나지 않는지는 정신의료시설 등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알 수 있기에 사회복귀시설에 대해선 잠깐 얘기를 보류하겠다. 그나저나 탈시설과 관련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서 당연히 활발히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못한 지점은 아쉽기만 하다,
이제 정리하면 결국 이번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은 혁신이긴커녕 지역사회에 기반한 인권 관점의 서비스에 대한 언급이 부재하고, 심리사회적 장애인에게 사실상 치료를 강요하고, 강제입원을 조장해 이들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오히려 자살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뿌리박은 정신건강대책인 것이다. 하긴 순환보직제로 인해 장애 등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정신건강정책과니 그런 대책을 세운 게 어느 정도는 이해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다.
따라서 삶의 어려움에 대처하고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것을 어렸을 때부터 놀이식이든 토론식이든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해 성인이 되어서도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하는 중장기적인 국가 행동계획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등의 욕구와 선호, 의지에 따르고 예산도 충분한 등 인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를 마련하고, 아울러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들과 자살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국가·지자체 차원의 양적·질적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 이렇게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르는 정신건강대책으로 전면 수정해야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그런데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발표가 있던 날, 대통령실 주최로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도 동시에 있었다. 이에 관련된 기사를 봤는데, 당사자 입장에선 인권적 관점보다는 치료주의적 관점의 뉘앙스를 드러내고 혐오까지 부추기는 발언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년 3월까지는 정신건강 대책을 만들라고 대통령이 지시했다던데, 이런 식이면 심리사회적 장애인 등의 인권은 오히려 침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금 말하지만,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여전히 유지될 것까지 예상돼 우려스럽다.
이와 관련해 작년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자폐성 장애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높은 자살율을 우려사항으로 지목했다. 이에 자폐성 장애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며, 장애인의 장애인단체를 통한 긴밀한 협의와 활발한 참여를 보장하는 구체적 조치를 포함한 장애인 국가 자살 전략을 채택하고 이행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뿌리박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으로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이행은커녕 오히려 권고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게 지속되면 차후의 정부심의 후 위원회는 2022년 9월에 했던 우려사항과 권고를 10여년 후에 재반복할 일도 발생할까 우려까지 된다. 심지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의 자살도 오히려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군다나 의료적 모델에 뿌리박은 정부 방안을 일부 심리사회적 장애계에서 받아들였다는 점에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본인 동의 없는 치료절차와 체계 마련, 사법 입원 논의 등 강제입원 관련 사항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언급이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이유와 이해관계가 있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안이 있으면 반대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튼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정신건강정책으로 전면 수정이 필요함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등에선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뿌리박은 정신건강정책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향후 정부의 정신건강대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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