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차별구제청구소송 각하, “발달장애인 투표권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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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8-17 11:37본문
한국피플퍼스트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단체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각하됐다.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는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피플퍼스트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할 법원이 장애인의 투표권을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소송 원고 박경인 씨. ⓒ에이블뉴스
앞서 발달장애인 당사자 박경인 씨와 임종운 씨는 지난해 1월 18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두고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경인 씨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어느 정도 뜻도 이해할 수 있지만, 지적장애로 인해 어려운 단어나 문장 의미를 이해하는데 제한이 있어 후보자들이 보내오는 선거공보물 속 함축적인 한자어, 개념어 등을 이해하지 못해 정당과 후보자가 내세우는 정책 내용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경인 씨는 “지난 선거에서 투표를 하긴 했지만 투표용지를 이해할 수 없어 아무나 찍어야했다. 투표장에서는 내가 무엇을 물어봐도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날 투표장에서 나는 마치 이 사회의 시민이 아닌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데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그림투표용지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라며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보장받고 있는 투표권을 나도 보장받고 싶다.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외쳤다.
발달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그림투표용지 모습. ⓒ에이블뉴스DB
해당 소송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된 선거공보와 선거공약서를 배포하고, 후보자의 기호·정당·추천후보자의 소속정당명·성명과 함께 후보자의 소속정당의 로고·후보자의 사진이 포함된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고 투표소 내 안내판을 비치하라고 요구했다.
재단법인 동천 김윤진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공직선거 후보자와 정당은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발휘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후보자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형태를 강요함으로써 전달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그림투표용지는 투표 결과가 외모에 따라 결정되면 안 되기 때문에 안 된다’, ‘컬러 프린트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등 재판 내내 원고의 청구가 인용돼선 안 될 여러 이유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재단법인 동천 김윤진 변호사. ⓒ에이블뉴스
김윤진 변호사는 “모두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침해 해소에 관해서 사법부는 행정부의 재량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행정부는 입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입법부는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 속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우리 사회에서 설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다수결에 좌우되지 아니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본 원칙을 확인할 권한이 있는 사법부에 달려 있다”며, “하지만 오늘 재판부는 사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 원고 당사자들의 청구는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이는 법원에서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의 기초도, 의의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밖에 할 수가 없으며 우리의 청구가 제대로 검토조차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오늘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그날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항소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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